캐나다 대학원/생활

(2024.02.20) 늦깎이 캐나다 대학원생의 인턴쉽 지원 후기

차가운 Jony 2024. 2. 21. 14:10

집근처 공원에서 보는 석양

캐나다에서 대학원을 다닌지도 벌써 5년차다. 

석사때도 인턴쉽을 한번 했었고, 박사과정 3년차인 최근에도 올해 여름과 가을학기를 위한 인턴쉽을 지원해본 경험을 공유해보자 한다.

 

캐나다에서 취업을 하는 루트는 크게

1. LinkedIn이나 Glassdoor등 온라인 job posting을 통해 지원

2. 지인을 통한 추천

3. (인턴쉽의 경우) 학교 co-op program을 통한 지원

이 있다. 이중에 합격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2 > 3 > 1 순이다. 이것도 한국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학연, 지연을 통한 취업은 거의 범죄취급인데 반해, 북미에서는 오히려 가장 권장되는 루트이다. 심지어 지인을 통해 입사를 하게 되면 추천해준 직원도 약간의 커미션을 받기도 한다. 이는 이미 입사한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면 생판 모르는 사람을 뽑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수준이 보장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때문에 북미에서는 networking이 커리어에 굉장히 중요한 과정으로 꼽힌다. 하지만 갓 캐나다에 온 유학생이 networking을 통해 취업하는 것은 쉽지않다. 

인턴쉽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장점은 full-time 전환의 용이성이다. 한국과 다르게 이곳에서의 인턴쉽 혹은 co-op은 이후 full-time 전환을 염두해두고 진행되는, 일종의 업무능력 테스트 과정이다. 인턴쉽 과정에서 평타 이상만 쳐도 full-time으로의 전환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government job 제외). 따라서 만약 졸업 후 캐나다에서 직업을 구해 살고자 한다면 co-op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캐나다에서의 취업과정은 한국에서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

일단 이곳에는 '공개채용' (일명 공채) 라는 개념이 없다. 

학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업들이 전공에 상관없이 대규모로 채용하는 과정이 없다는 뜻이다. 대신 어떤 자리가 열리면 그 자리를 위한 채용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예를들어, 어떤 기업에서 data analyst 포지션이 열리면 job description 부분에 어떤 직무인지 설명이 되어있고, requirements 부분에 '수학, 통계학, 물리학, 컴공 및 관련학과 학부 졸업(예정)자 이상', 'Python, R, SQL등 language 활용 경험자' 등등이 적혀있다. 즉, 직무마다 지원자격이 꽤나 세세하게 적혀있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지원자는 그냥 걸러지는 것이다. 

LinkedIn에 올라온 어떤 기업의 Quantitative Analyst 직무의 채용공고 (클릭 시 LinkedIn 페이지 이동)

 

제출하는 문서도 우리나라 공채와 많이 다르다. 보통 resume (이력서)와 cover letter를 요구한다. 우리나라 공채에서는 기업마다 지정된 온라인 양식이 있어서 지원시마다 따로 작성해야 하지만, resume는 1~2페이지 정도의 자유양식으로 미리 만들어 둔 것을 제출한다. resume에는 본인의 경력과 학력, 본인이 수행한 프로젝트 등등을 작성한다. 이것을 인사담당자들의 눈에 띄도록 잘 작성하는게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유튜브 등에서 'resume 작성법' 관련 영상들의 조회수가 상당히 높다.

cover letter에는 resume에 적은 것들 중 더 강조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으면서, 그것이 지원하려는 직무에 어떻게 연관이 되고 도움이 되는지를 어필한다. 즉, 자유양식 자소서라고 보면 된다. 정석적으로 하려면 지원하려는 기업과 직무에 따라 내용이 바뀌어야 해서 이걸 쓰는것도 상당히 스트레스다. 이게 하도 귀찮다보니 AI 툴이 발달하면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중 하나가 바로 이 cover letter를 맛깔나게 써주도록 하는 것이다. 요즘 tech분야에서는 cover letter의 중요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보기도 하고, 어떤곳들은 아예 안받는 곳도 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optional로 제출을 받는 곳들이 많다. 학교 co-op office의 의견에 따르면, optional이라도 cover letter를 제출하는것이 안하는것보다 낫다고 한다. 

석사때 처음 인턴쉽을 지원할땐 이 resume와 cover letter 작성에 정말 애를 먹었다. 유튜브 영상을 봐도 다들 조금씩 강조하는게 다르기도 하고, 특히 cover letter는 문장력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렵다. 난 학교의 co-op office에서 제공하는 워크샵에서 배운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co-op coordinator가 제공하는 1:1 advice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했다. 아무래도 그들이 유학생들을 위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온 경험이 많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그다음엔 interview (면접)가 있다. 인터뷰는 보통 다대일로 이루어진다. 회사측에서 인사담당자, 해당 직무를 채용하는 부서의 매니저(팀장) 및 부서원 한두명이 참석하여 지원자 한명과 약 30분~1시간정도 면접을 한다.

면접 내용은 크게 technical, behavioural, situational 질문들로 이루어져있다.

technical은 말그대로 전공 및 직무관련 지식에 대해 물어보는데, 이론적인 부분도 있고 간단한 코딩을 시켜보는 경우도 있다. 

behavioural은 어떤 질문에 대해 본인의 경험에 입각해서 어떻게 행동했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보통 STAR (Situation, Task, Action, Result) 유형이라고도 하는데, 답변을 할때 저 순서대로 하라는 뜻이다. 예를들어, "Tell me about the most enjoyable job you have had. What was it about that job that made you feel this way?" 라는 질문을 받으면, 본인의 경험 중 이에 해당하는 Situation(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그 다음 Task (성공 목표)를 설명하고, 이를 달성하기위해 본인이 어떤 Action을 취했는지, 마지막으로 그 Action의 결과(Result)가 어땠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지원자의 problem solving이 어떤 process로 이루어지는지를 보기 위한 목적이다.

situational은 어떤 상황을 주고 본인이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물어본다. 이건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ARC (Action, Rationale, Consideration)에 입각해 얘기하라고 한다. 예를들어 "It’s your second day on the job. You arrive at work and your supervisor is not there. What do you do?" 라는 질문을 받으면, 일단 이 상황에서 본인이 어떤 Action을 취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그 다음 그 행동에 대한 배경 혹은 근거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그 과정에서 어떤것을 우선시 하였는지 (safety 등)를 설명한다. 여기서도 본인의 경험을 예시로 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인턴쉽 job interview는 대부분 이 포멧을 따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tip들이 있는 유튜브 영상들이 정말 많다. co-op office에서도 이것들에 대비한 워크샵과 practice interview를 많이 제공해주기 때문에 적극 활용하면 좋다.

그리고 interview 마지막에는 회사측 사람들에게 질문하고싶은게 있는지 물어보는데, 이때도 '없다'라고 하는 것 보다는 서너가지 질문을 준비해가는게 좋다고 한다. 하면 좋은 질문들의 예시는 해당 직무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달라는 것, 해당 기업에서 최근에 xxx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을 봤는데 이에 대해 좀 더 알려달라는 것 등등, 본인이 회사와 그 직무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지원했던 인턴쉽도 위의 포멧을 거의 그대로 따라서 진행되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인턴쉽 지원과정에서 차이가 있다면, 대학원생의 경우 technical 부분에서 이론이나 코딩실력보다는 프로젝트 수행 경험의 중요성이 더 커보였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대학원생들의 전공지식은 (거의 대부분) 학부생보다 뛰어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 담당자들보다 이론적인 부분은 더 잘 알 가능성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굳이 빡세게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컴공이나 연구직의 경우 학부생들보다 오히려 더 빡세게 볼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technical 에서 이론적인 부분은 통계학 전공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것들 (regression, hypothesis testing 등)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기초적인 데이터 분석 process 정도를 물어보고 넘어갔다. 하지만 resume와 cover letter에 나오는 프로젝트 수행 경험에 대해 꽤나 디테일한 부분들을 물어봤다. 예를들어, 이 프로젝트에서 이 분석법을 왜 선택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부분을 어떻게 커버했는지, data exploration에서 missing value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결과 해석은 어떻게 했는지 등등. 

behavioural과 situational은 대부분 co-op workshop이나 practice interview에서 나온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나왔다. technical도 본인이 했던 프로젝트의 과정을 잘 정리해두면 대답하기 어렵지 않다. 그래서 미리 준비를 좀 해둔다면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최근 했던 인턴쉽 지원과정도 석사때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내 연구분야와 그것이 지원한 직무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물어본 정도다. 

 

흥미롭게도, 이곳 박사과정 학생들은 인턴쉽에 잘 지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크게 몇가지만 꼽아보자면

1. 애초에 취업보다는 교수직같이 academia(학계)에 머물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2. 연구 및 논문작성에 매진하느라 시간이 없다.

3. 지도교수가 꽂아주기로 한 곳이 이미 있기때문에 필요없다.

등이 있겠다. 하지만 나는 다음의 이유때문에 계속 인턴쉽에 지원하고 있다.

1. 애초에 학계에 남을 생각이 없고, 취업을 하고싶었다.

2. 연구 및 논문작성을 열심히 하고있으나, 돈도 벌고싶다. (밴쿠버 생활비 너무 비싸요...)

3. 지도교수가 아직 영향력이 부족해 날 어디 꽂아주기 어렵다.

 

최근에 LinkedIn을 통해 지원한 대여섯군데는 죄다 서류에서 떨어졌다. 내 연구분야가 그들이 하는 사업들과 크게 연관이 없어보여서일까? 하지만 co-op office를 통해 지원한 인턴쉽은 다섯군데를 지원해서 세군데에 합격했다. 그중에 fully remote (완전재택), 수행 프로젝트가 내 연구분야와 유사한 곳이 한군데 있어 그곳으로 정했다. 이번 글이 많은 유학생들 및 캐나다에서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