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원/생활

(2021.10.30) 석사 끝 + 박사과정 첫학기 근황

차가운 Jony 2021. 10. 31. 16:04

 

뿌 to the 듯

 

무사히 석사과정을 끝내고 박사과정 첫학기에 돌입했다.

그동안 정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걸 여기 다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석사논문 defense, 성공적

내 석사논문 제목은 Q-learning with online trees 이다. Q-learning은 보통 DNN과 experience replay를 엮어서 Deep Q-network 라는 알고리즘으로 사용한다. Deepmind가 Atari를 깰 때 이 방법으로 했었다. 난 일개 석사생이었으므로 Deepmind 레벨의 뭔가를 하진 못하고... 대신 Q-learning과 online random forest + experience replay를 합쳐서 알고리즘을 만들어봤다. 석사과정 내내 관심이 많이 갔던 강화학습이지만, 막상 내 논문주제가 되어서 열심히 실험하고 머리 쥐어뜯다보니 논문발표때쯤 됐을땐 강화학습에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논문 발표 며칠전에 lab 멤버들 앞에서 예행연습을 했는데,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예리한 질문들을 많이 받았다. 특히, 평소엔 나이스하고 항상 'you are doing great!' 을 외쳐주시던 교수님이 아주그냥 날잡고 후드려 패셨다. 아주 진땀뺐지만, 그 덕에 많은 부분을 보완하고 정신적으로도 더 단단해졌다.

논문 발표는 밴쿠버에 heat wave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느 금요일 오전에 이루어졌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예의는 차리기 위해 잘 다린 셔츠와 정장바지를 입고 진행했다. 지도교수님 + committee member + examiner + chair 이렇게 네 분의 교수님이 계셨고, 동기들 여러명이 응원차 참석해주었다. Chair가 진행을 맡고, 내 발표가 끝나면 교수님들이 돌아가면서 질문을 하신다. 내 논문발표는 한 20분정도 걸렸다. 방 온도가 37도를 찍고있어서 내 온몸은 땀에 아주 절어있었다. 솔직히 내가 어떻게 발표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냥 너무 더웠고, 최대한 차분하게 발표하려고 용썼다는 것 밖에는... 발표가 끝나면 질문 라운드 1에 들어간다. 난이도가 좀 쉬운 질문들이라 해야하나? 대략 실험과정에서 가장 어려운점은 뭐였는지, 알고리즘에서 어떤 부분이 잘 이해가 안가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줄 수 있는지 등등 뭔가 논문 본문에서 좀 덜 클리어 한것들에 대한 확인 정도였다. 그게 한 20분? 가까이 이어졌던 것 같다. 라운드 2가 되면 좀 더 심도있는 질문을 받는다.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안나지만, 다행히 모두 클린하게 잘 대답했다. 근데 우리 지도교수님... 내 편 아니었나? 왜 나머지 교수님들보다 더 빡센 질문들을 하시는지...ㅋㅋㅋ. 2라운드는 거의 한시간 가까이 한 것 같다. 시간은 길었지만 분위기는 defense 내내 훈훈했다. 막바지엔 교수님들이 논문 쓰기 관련 여러가지 조언도 해주고, 내 논문 내 알고리즘 이름으로 서로 농담따먹기도 하고 그랬다. 어떤 동기 defense때는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다던데...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2라운드까지 끝나면 교수님들이 따로 모여서 논문에서 수정되어야 할 부분 같은걸 지도교수님이랑 상의하고, 마지막으로 날 불러서 결과를 알려주신다. 결과는 통과!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도 대부분 자잘한 실수들이나 clarification 이 필요한 부분들이었다. 이렇게 캐나다에 온지 딱 2년만에 석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게 되었다. Defense를 마치고 내가 제일먼저 한 것은? 바로 샤워! 

 

인턴쉽도 안녕~

연초부터 약 8개월간 진행됐던 인턴쉽도 무사히 끝났다. 8개월 전부 remote로 이루어져서 팀원들 얼굴 한번 직접 못보고 끝났다. 아! 딱 한명, 홍콩태생의 50대 아저씨 팀원 한분만 따로 만나서 맥주한잔 했다. 인턴쉽 초기에는 좀 재미없고 어려운 일을 많이 맡아서 지루한 면이 있었지만, 대신 요즘 기업체에서 많이 쓰는 최신 도구들을 많이 다뤄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실제 text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lassification 모형을 만들어서 deploy 해보기도 했고. 여기서 일하면서 또 한번 캐나다로 오길 백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회사원들 너무나도 여유롭게 잘산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여기서 일해보고싶다.

 

박사생활 시작!

9월이 되자마자 박사과정에 돌입했다. 교수님이랑 상의한 결과 강화학습은 일단 내려놓기로 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딥러닝, 강화학습, computational statistics, biostats 등등 너무나 방대한 리서치 분야를 커버하시지만 그중에서도 주요 연구분야는 statistical genetics and genomics 이기 때문에 나도 이쪽을 좀 봐보기로 했다. 애초에 나도 관심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학기엔 우리 지도교수님의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와 너무 빡세다. 이 분야 관련해서 내 사전지식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한학기에 논문소개 프레젠테이션x2 + 그룹 프로젝트 라니요... 사실 논문소개 프레젠테이션도 쉬운 논문을 고르면 그닥 어렵지 않지만, 교수님이 내게 추천해준(이라고 쓰고 명령이라 읽는다) 논문은 커버하는 이론이 워낙 많아서 읽고 이해하는 것 조차 쉽지가 않다. 하지만 굉장히 좋은 논문이라고 느낀게, 이 논문 하나를 읽으면서 새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정말 많다. 나중에 여기에 논문소개 글을 한번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논문들을 수없이 읽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이론을 창출해내는게 박사생활의 낙이자 고통일까? 

이번학기는 저번학기보다도 바쁘다. 수업은 하나밖에 안듣고, 아직 내 연구도 시작안했는데 왜이리 바쁜걸까? 이번에 우리과 대학원생 대표직을 맡게 된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대표자리에 오르자마자 추진해야하는게 옆학교(UBC)와의 joint seminar라니... 거기에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연구들중에 하나가 아직 마무리가 안되어서 거기에도 상당한 시간을 쏟고있다. 거기다 11월 초 빅토리아 여행준비까지... 살려줘!

작년 여름에 코로나 관련 연구 두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publish 되었다! 궁금하면 링크. 난 제 2 저자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내 이름이 저자로 올라가있는것 자체가 참... 신기하다.

'박사땐 좀 더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그래야지~' 라는 결심은 다음학기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아, 다음학기엔 comprehensive exam을 봐야하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나중에 또 여유생기면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