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더 정확히는 BC주도 내가 처음 올 때 (2019년 8~9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많이 체감되는건 아무래도 기후변화이다.
내가 살고있는 BC주의 밴쿠버는 원래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 추워봐야 영상 5도 정도로 캐나다 치고 꽤 따뜻한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눈보단 비가 더 많이오고, 겨울에 하도 비가 많이 와서 '레인쿠버'라는 별명도 가지고있다. 적어도 작년까지는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올해는 비가 거의 안왔다. 오히려 화창한 날이 많았고, 심지어 1~2월에는 눈오는날이 더 많았을 정도다. 이래도 괜찮나 싶을정도로. 기온도 영하 7도까지 떨어져서 한국에서나 입던 두터운 패딩을 다시 꺼내고 장갑까지 끼고다닐 지경이다.
또다른 큰 변화는 역시 job market이다.
원래 연초쯤에 여름 인턴쉽 공고가 많이 올라와야 하는데 올해는 확실히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 그마저도 밴쿠버 보다는 더 큰 도시들인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대부분 몰려있다. 이제 슬슬 졸업 후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나로서는 참 아쉬운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전 인턴쉽에서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는지, 그곳 사장님이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졸업 후 적어도 무직으로 손가락 빨게 될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 내 졸업이 막 코앞에 다가온 것은 아니다. 내 thesis의 첫 챕터가 무사히 저널에 등재되었고, 이제 두번째 프로젝트도 곧 다른 저널에 낼 예정이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프로젝트가 교수님의 진행 허가를 받고 ('진행시켜!') 막 시작단계에 들어섰다. 박사 4년차 중반에 접어든 것 치고는 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박사과정이 왜그리 힘들다고 하는지, 왜이리 오래걸리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냥 석사때 논문 쓰던거 몇번 더 반복하면 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박사생활이 힘든 이유는 연구적인 부분도 있지만 연구 외적인 부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보통 박사생활을 하는 20대 중후반~30대 초는 인생에서 꽤 많이 바빠지는 시기이다. 대부분 연애도 하고, 커리어를 위해 네트워킹이나 세미나도 기웃거리고, 중간중간 인턴쉽도 하고 등등... 거기에 결혼까지 하게되면 온전히 연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다. 특히 밴쿠버처럼 생활비가 (캐나다 다른곳들보다) 비싼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온전히 생존을 위해 teaching 혹은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은 자비없이 흐른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논문은 못썼는데 어느새 박사 3~4년차가 넘어가고 있다.
작년 말에 밴쿠버에서 열린 NeurIPS 2024에 다녀왔다. 내 연구는 최신 AI 트렌드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기도 하고, 교수님도 적극 권하시기도 했고, 마침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렸기 때문에 참석해봤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한국인 연구원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연구 이야기를 듣는게 꽤나 흥미로웠고, 연구에 대한 열정이 조금이나마 다시 살아났다. 들어보니, CS(컴공)쪽은 연구가 굉장히 speedy한 듯 하다. 굉장히 많이들 하시는 걱정이 '내가 하고있는 연구를 다른 랩에서 먼저 끝낼까봐 무섭다' 였다. 하긴 이쪽에 종사하는 랩의 숫자도 엄청나게 많고, 그만큼 연구원들도 엄청나게 많으니 아이디어가 중복되기 쉬울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단 아이디어가 있으면 빡시게 진행시켜서 arXiv에 등재하고, 수많은 AI 및 ML 관련 학회들 중에서 데드라인이 가까운곳에 얼른 제출해야한다. 그래서 CS쪽에서는 저널에 등재하는 논문도 좋지만, 어느 학회들에 몇개의 논문을 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저널에 등재하려면 짧아도 3~6개월, 길면 몇년도 걸릴 수 있기때문에 그 사이에 연구 트렌드가 또 싹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내가 만약 통계학이 아닌 CS분야에서 연구를 했다면 그런 페이스에 맞춰서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보면 CS보다는 페이스가 한참 느린 필드에서 연구를 하고있는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최신 AI 트렌드에서 한발짝 물러서있는 상황이 좀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는 내 인생을 살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걸 잘하면 된다. 난 아직까진 그래도 잘 살고 있는 듯 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06.07) upper body (0) | 2022.06.08 |
---|---|
(2022.06.06) 코어+러닝 (0) | 2022.06.07 |
(2022.06.05) Strength (shoulders, chest, back) (0) | 2022.06.06 |
(2022.06.04) 러닝 (0) | 2022.06.05 |
(2022.06.03) upper body (0) | 2022.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