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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대학원 지원 배경

차가운 Jony 2019. 3. 18. 12:06

# 나는 행복한가


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라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일한지 어언 5년째...


30대 싱글남이 먹고살기에 쪼들리지 않을만한 월급,

어디가서 크게 부족하지 않을 사회적 지위,

슬슬 머릿속에 떠오르는 결혼에 대한 고민 등등... 그렇게 점점 평범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가 싶었다.


나도 그런 사람인줄 알았다

야망이 없고, 

고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을줄 알며,

지루하고 루틴한 일이 잘 맞는 사람.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늘 '뭔가가 부족하다'라는 느낌이 자리잡고 있었다.

직장은 당연하지만 늘 재미가 없었고,

퇴근 후에도 피곤에 쩔어 누워서 미드나 보고있는 현실이 내겐 너무 지루했다.


소확행이라 했던가...

소하지만 실한 

요즘 남들은 다들 소확행을 추구하며 나름 행복하게 산다는데,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이런게 직장생활 5년차쯤 peak를 찍는다는 직장인의 사춘기라는 건가


2018년 내내 고민했다.

'난 지금 행복한가'

'이대로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나의 행복으로 가는 길이 맞는가'


그에 대한 답을 얻기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부장님은 행복하신가요?'

'차장님은 행복하신가요?'

'대리님은 행복하신가요?'

'선배님은 행복하신가요?'

'너는 행복하니?'

피질문자는 거의 회사 동료들로 한정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현재, 1년, 5년, 10년, 15년 뒤의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생활을 계속 하는 한 말이다.


그들중 단 한명도 '난 행복해!'라며 자신있게 말하지 못했다.

'식구들 멕여살려야지', '노후에 편하게 살아야지' 등등 그냥 현실에 대한 얘기들,

요약하면 '사니깐 사는거지' 였다.

되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결혼할 사람이나 찾아. 넌 결혼해야 철들거같다'

라는 말도 들었다.

분명 내가 바랬던 답은 아니었다.


내 5년뒤 모습이 내 앞자리에서 한숨을 쉬며 전표를 확인한다.

내 10년뒤 모습이 그 옆자리에서 한숨을 쉬며 결산보고서를 작성한다.

내 15년뒤 모습이 팀장님한테 깨지고 와서 한숨을 쉰다.

모두 내가 앞으로 살 인생이었다.


싫다.

난 이렇게 뻔하고 식상한 삶이 싫다.

마치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운석을 그저 바라만 볼수밖에 없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들도 일 외적으로는 나름 행복을 추구하고 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전까지의 삶에서 적어도 하루에 1/3, 많게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라는 부분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거같다.


물론, 무엇이든 일이되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재미있는 취미조차도 직업으로 삼으면 지루하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어차피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면, 

적어도 내가 해보고싶은 일을 하고, 살고싶은 삶을 살려고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그럼 난 어떤 삶을 바랬던걸까,

남들처럼 평범한 삶이 싫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만족하게 될까,

지금 생각해보면,

난 단지 뻔한 삶이 싫었던거같다.

예측 가능한 삶, 예측 가능한 엔딩

난 그게 싫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온통 내 미래들 투성이었다.

그 수많은 미래들 중 내가 생각하기에 멋지게 사는 미래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 삶을 바꿔보기로,

인생의 선택지를 늘려보기로,

엔딩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으로 뛰어들기로.


이런 판단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한다.

잃을 것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따박따박 밀리지않고 들어오는 상당액의 급여,

높진 않지만 낮지도 않은 사회적 지위,

부모님의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즘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안정적인 삶'...


그래도 질러보기로 했다.

젊을때 질러야지, 또 언제 이래보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았을때 그 후회는 어떻게 감당할것인가.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 성격상 평생 

'아, 그때 그렇게 해볼껄...'이라며 후회하면서 살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난 도약을 해야 했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떻게 하면 망해도 최소한으로 망할까,


수많은 옵션을 고민했다.

일단 평소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쪽 길로 가려고 했다.

국비지원 프로그래밍 과정을 이수해서 프로그래머의 길로 뛰어들까,

대학원에 진학해볼까, 진학한다면 어디로 갈까, 등등...

하지만 국내에 머문다는 전제라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놈의 '나이'때문에...


직업교육을 받거나, 대학원을 졸업하면 적어도 한국나이로 30대 중반...

관련 경력도 없는 30대 중반을 신입으로 받아줄 (괜찮은)회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난 이제 끝인가?

그냥 마음을 접고 원래의 지루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가...


그래, 외국으로 가자!

외국은 취업시 나이를 거의 안본다더라.

외국엔 그냥 갈 수 있나?

지금 하고있는 일을 가지고 이직하는거 말고, 

업을 바꾸고 싶으니 어떻게든 그쪽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 외국대학원으로 가자

마침 전공이 유사한 전공이니 한번 도전해보자!

도전해보고 정 안되면 다시 도전하면서 국비교육도 받고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방향을 잡으니 그래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

큰 고민을 하나 덜어내니 더 큰 고민이 생겼다.

부모님...


가정형편이 썩 좋은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식이 멀쩡하게 자라서 멀쩡한 회사에 취직해서 안정적으로 사는걸 보고 참 자랑스러워 하셨던 부모님...

괜시리 불효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이건 내 인생이다. 난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처음 말씀드렸을때는 당연히 많이 놀라셨다.

'그냥 남들처럼 살면 안되나'

'직장은 원래 재미없다. 직장 다니면서 다른걸 같이 하면 된다'

다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설명을 드리니 다행히 크게 반대는 없으셨다.

젊을때 원하는걸 해봐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하셨다.


그 길로 사표를 냈다.

직장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

누구보다도 가늘고 길게 가는 삶을 추구할거같던 내가,

나쁘게 말하면 그저 호구같이 하라면 하고 군말없이 노예처럼 살 것 같던 내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인생을 개척하며 살겠다고 하니 많이 놀란듯 싶다.

다행히도 팀장님도 말리진 않으시고 응원해주셨다.


저번달 부로 최종적으로 퇴직처리 되었다.

'안정 끝, 고생 시작'

좋은 방향일지, 나쁜 방향일지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방향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내 인생의 turnaround에 돌입했다.